사과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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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어난 두 사건을 서로 비교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 정리했습니다.

1. 충북장애인도민체육대회 부실 도시락 사건

충북 충주시가 장애인체전 부실 도시락으로 전국적 망신을 사는 가운데 책임 논란이 불거졌다.(자료사진)/뉴스1

이런 도시락을 장애인 체육대회에서 1만2000원에 팔았습니다. 화가 나죠. 그러자 유명한 유튜버 '충주맨'이 직접 나서 사과했습니다. 담당자인 충주시장애인체육회 팀장을 직접 유튜브에 출연시켰고, 본인도 함께 사과했습니다. https://youtu.be/pkg2IBhki70?si=RhQXRFiIMKnmKuNs

사과문을 잘 쓰는 법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의외로 간단합니다. 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1. 최종 의사결정자가 직접 사과해야 합니다.
  2.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3. 재발방지 및 후속조치가 필요합니다.

세가지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신속하게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 신속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빠른 게 좋은 건 아닙니다. 상황을 파악하고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역효과가 납니다. 정확한 설명이 우선입니다. 따라서 꼭 지켜야 할 세가지 원칙으로 위 내용을 명심하면 좋을 듯 합니다.

충주맨의 사과에는 이 모든 게 잘 들어가 있습니다. 도시락을 직접 최종 결정한 팀장을 등장시켜 직접 사과시켰습니다. 무엇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했고, 어떻게 이런 잘못된 일이 빚어졌는지 최종 의사결정자가 직접 등장해 사과합니다. 본인의 결정이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니 믿음도 갑니다. 도시락 가격을 낮추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후속조치도 언급합니다. 정석입니다.

2. SK텔레콤 유심카드 해킹 사건

19일 해킹 정황을 파악한 뒤 올라온 첫번째 사과문은 22일 게재된 티월드 공지문이었습니다. 티월드를 열어보지 않는 고객들도 상당수니 제대로 된 사과로 보기 힘들었죠. 누가 사과하는지도,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도 파악이 안 됩니다. 후속조치는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얘기입니다. 이건 나쁜 사과문의 전형입니다.

SK텔레콤 정도 되는 기업이 이 문제를 대충 넘어가려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신속 대응에 너무 얽매여 설익은 사과가 먼저 올라온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25일 바로 대표이사의 사과가 이어집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25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진행한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관련 언론설명회에서 최근 발생한 ‘해킹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에 나섰고, 유출된 정보의 내용을 정확하게 공개했습니다. 내부 부정사용대응시스템(FDS)을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과 무료 유심교체 등을 포함한 후속조치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22일의 초기 대응이 "고객센터를 통한 무성의한 대응"으로 지적되면서 25일 대응도 빛이 바랜 상황입니다. 게다가 고객들이 긴 줄을 늘어서고도 교체할 유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부정 여론은 훨씬 더 커졌지요. 후속조치가 실효성이 없었던 탓입니다.

충주시 도시락 사건과 SKT 해킹 사건은 관련된 사람의 숫자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의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 비교하기에는 SK텔레콤의 부담이 훨씬 막중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게 최선이었을까, 조치는 충분하게 다 한 것일까, 계속 의문이 들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