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를 비난한다고 생각될 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도와드리다보면 안타까운 개인 고객들과도 가끔 만나게 됩니다.

이 분들의 고민은 모두 다르지만, 유독 하나만은 공통적입니다. 모두 다 "온 세상으로부터 비난받고 있는 것 같다"는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생각지도 못 했던 부정적인 방식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땐, 언제 당신들이 내게 관심이나 있었냐는 원망이 든다고 합니다. 충분히 해명했다고 생각한 내용이 한두줄의 짧은 코멘트로 소개됐는데 내용이 너무 축약돼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땐 '기레기' 소리가 입밖에 저절로 튀어나온다는 하소연도 많이 들었습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일이고, 한번도 겪어보지 않는 편이 좋았을 일입니다. 하지만 일단 내게 이런 힘든 일이 벌어졌다면 그 때부터 해야 할 일은 딱 한가지입니다. 냉정한 자존심을 가져야 합니다.

냉정한 자존심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나 스스로 믿어주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고객님들께 주로 잘못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조언을 드립니다. 위기가 터졌을 땐 분명히 문제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대개 나 혼자 만든 문제가 아닙니다. 내 회사의 문제라면 회사의 동료나 직원과 함께 일으킨 문제고, 그 책임을 대표이사라는 나 한 사람이 '나라는 인간의 잘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이혼이나 다툼 등에 기반한 평판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잘못도 있을 수 있으나, 모든 인간 관계는 상호 관계입니다. 나만의 문제, 나만의 잘못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존심을 이렇게 지킬 수 있게 된다면 그 다음 중요한 건 냉정함입니다. '개인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건 잘못을 회피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잘못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란 걸 명심한 다음,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봐야 합니다. 실버라이닝 같은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받으시는 분들은 이런 객관적인 시각에서 나오는 조언을 구할 수 있습니다만, 나 혼자 내 문제를 볼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 사건에 대해 기사를 쓴다면 어떻게 할까. 나라면 이런 얘기에 과연 흥미를 느끼고 더 읽고 싶어질까. 이렇게 스스로 계속 자문해야 합니다. 그것이 언론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나를 비난할 때, 비난을 홀로 가슴 아프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위기는 터져나왔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건 위기 다음의 회복입니다.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은 비난의 이 고통스러운 순간 역시 밟고 지나가게 될 한 단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